아기 추억 일기는 상상 속 내가 만들 법한 물건이에요. 잠을 푹 잔 나. 수채화도 그리던 나. 3월 어느 화요일에 ‘이번 주에는 아기 웃음소리에 대해 한 문단 써야지’ 하고 생각할 여유가 있던 나요. 식기세척기도 질투할 만큼 요란하게 돌아가는 작은 기계 같은 그 웃음소리를요.

하지만 지금 아기를 키우는 나는 그 사람이 아니죠. 지금 내게는 15초와 쓸 수 있는 손 하나가 있어요. 그래서 한 문단보다 많은 걸 담는 한 줄 기록 열 가지를 모았어요. 머리를 덜 써도 되는 순서로요.

한 줄 기록 열 가지

  1. 오늘도 발로 그걸 했다.
  2. 처음으로 강아지를 보고 웃었다. 강아지는 시큰둥했다.
  3. 매장에서 소리를 질렀다. 어쨌든 살아서 나왔다.
  4. 자기 손을 발견했다. 그 뒤로 한 번도 내려놓지 않는다.
  5. ‘파스타’ 비슷한 말을 했다. 파스타라고 하자.
  6. 네 시간을 내리 잤다. 우리는 울었다.
  7. 천장 선풍기에 돈이라도 빌려준 표정으로 쳐다봤다.
  8. 껍질콩에 도전했다. 껍질콩도 만만치 않았다.
  9. 속싸개 없이 보낸 첫날 밤. 우리 중 한 명이 울었다.
  10. 그 소리. 무슨 소린지 알지. 오늘 또 냈다.

한 문장은 언제나 빈 페이지보다 나아요. 왜 그랬는지는 나중에 덧붙일 수 있어요. 무슨 일이었는지는 잊고 나면 되찾을 수 없고요.


한 문장도 벅차다면 사진을 찍고 단어 세 개만 더해보세요. 음성 메모, 날짜, 함께 있던 사람까지 나머지는 Kaiary가 담아둘게요. 작은 순간을 알아채주세요. 간직하는 일은 우리가 맡을게요.